Pizza Saver


신동철 개인전 (Dongchul Sin Solo Exhibition)

2022-08-16 ~ 2022-09-03 (Open hour: 1PM - 9PM, Closed Monday)
Venue: 워터마크 갤러리 (Gallery Watermark)
서울특별시 용산구 새창로14길 8 4층 

(Saechang-ro 14gil 8, Yongsan-Gu, Seoul, Korea)


1. 작가의 글

질문 1. 왜 우리는 항상 선택해야 할까요? (그리고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일까요?)
 삶에서는 선택 해야하는 것들이 매우 많습니다; 오늘 점심의 메뉴, 배달앱의 일회용 수저 포함 요청, 마라탕의맵기 정도, 틴더, 대통령 후보, 주식 종목, 이상형 월드컵 ... ... 이러한 모든 것들을 선택하는 동안 나는 주체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내가 이 선택들의 주체일까요? 지금의 나는 내가 내린 결정의 결과물일까요, 아니면 모든 결과는 내 선택과 상관없이 달리 애초에 정해져있었던 것일까요? 매사에 선택을 해야하는 정신분열적인 이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질문 2. 내가 알던 세상이 흔들릴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세상은 점점 알 수 없는(혹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버렸습니다. 기존 질서에 대한 믿음이 없어진 사람들은 현실보다 가상으로 도피하고 비트코인이나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대체제를 만들어 갑니다.  여러 매체에서는 현실의 자신은 자신이 아니며 진짜 자신이 되라고(혹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부추깁니다. 저는 하고 싶었던 그림을 그리기 위해 퇴사를 했습니다. 남이 시키거나, 당위로부터 하는 일보다 혼자만의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아졌지만, 그에 비례해서 불안함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짧은 시기지만 스스로 ‘안정’ 혹은 ‘시스템’과 점차 멀어지는 사람으로 여기기도 하고, 신성한 창조행위라고 생각한 예술의 자기소모적인 면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자신이 되는 것은 영화 속 슈퍼히어로가 변신하는 것처럼 한 순간에 짜잔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배달 오토바이가 빠르게 도착할 수록 박스 안의 피자는 흐트러집니다. 피자를 고정하는 Pizza Saver가 없다면 우리 사회도 급속도로 성장한 만큼 빠른 속도로 무너져갈 것입니다. 이 세상이 무너져 내릴때, 우리도 저마다의 방법(이데올로기, 경제, 종교, 전통, 가족 등)으로 믿음을 지탱해 갑니다.

마침내 이 모든 것의 끝이 도래했습니다.
 제가 그려나가는 가상의 세계 ‘Pizza Heaven’과 ‘Chicken Hell’ 속의 천사 돼지와 지옥의 닭들은 오랜 시간동안 전쟁을 거듭했고, 이제는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이 싸우고 있습니다. 현실의 전쟁 혹은 분단국들처럼 서열화, 우상화, 질병, 부동산, 사이비와 같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사는 우리에겐 이들의 투쟁과 고통은 잉크자국일 뿐입니다. 당장 우리를 억압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들에 저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내렸던 선택과 믿음, 사랑하는 것들이 언젠가는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방금 주문한 피자가 도착하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2. 비평의 글 (안종우)

대비라는 형식적 언어
 신동철 작가는 ‘선택’이라는 거시적 주제를 담은 다양한 연작을 선보임으로써 동시대 사회상을 알레고리화 해오고 있다. 작가의 작업을 외형적으로 일별해보면 시각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을 구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면적 전시의 지리함을 피하기 위한 입체적 시도와 문맥의 실재화라던가, 작업 맥락을 응축한 서적의 발간, 그리고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의 중세적 작품 형식에서 벗어나 동시대적 형태를 차용한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다각적 장치들 이전에 그의 작업이 주는 매력은 작업 맥락의 핵심 기조인 형식적 대비에서 발견된다. 작가의 형식 언어인 ‘대비’는 ‘선택’이라는 주제 개념과 맞물려 더욱 강렬한 발언이 되고 관객에게 던져진다. 다분히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소재가 가볍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선택의 폭력성과 믿음
 쉽게 감상 되어지는 매체(만화)의 특성과 일상적으로 익숙하게 고민하게 되는 선택의 소재, 그리고 이를 실재화 한 오브제들은 관객이 그가 제시한 알레고리에 지리적으로 근접해질 수 있도록 만들며, 서술된 공간에서 와유하는 관객은 은연중 선택의 프레임에 포위된다. 이러한 다각적 측면에서 주어지는 선택이라는 물음은 관객으로 하여금 선택에 대한 사유 행위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선택 되는 것은 특별하다. 반면 선택되지 못하는 것은 낙인이 찍힌다. 선택이라는 행위가 발생하는 순간 어떤 것은 옳은 것이 되고, 다른 하나는 그른 것이 된다. 즉, 선택은 폭력성을 내포한다. 평온했던 존재성에 폭력이 가해지면, 우리는 다급한 선택을 강요 받는다. 사실 이때 선택의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강요받은 선택에 의해 수면 위로 부상하는 ‘믿음’이라는 개념이다. 선택은 믿음을 심판대에 올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그리고 이러한 믿음을 증명하기 위한 우리의 선택은 어디를 향하는가? 작가는 소재의 극명한 대립 구도와 여기서 발생하는 선택이라는 갈등을 이용하여 이면에 자리하던 ‘믿음’을 부각시킨다. 이는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양가적 개념들에 대한 통념을 돌아보게 만들고 나아가 우리가 속한 사회를 재투영하여 선택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자각시킨다. 하지만 선택지를 외면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우리를 구원할 것인가.
 치킨일까. 아니면 피자일까. 작가는 답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답이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구원의 대상 또한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선택을 고민한 순간 우리를 응시하는 믿음이라는 존재의 윤곽을 심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3. 신작(책) 소개

1) Pizza or Chicken? (2022. riso printing, 142 x 205 mm, 42 page)
짜장면과 짬뽕, 양념과 후라이드, 우리는 왜 항상 2개의 메뉴를 두고 고민하는지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피자와 치킨, 이 두가지의 메뉴를 두고 고민하는 주인공 33은 결국 음식의 신을 만납니다. 과연 음식의 신은 어떤 현명한 결정을 내려줄까요? 

2) Pizza Saver (2022. riso printing, 130 x 180 mm, 24 page)
모든것이 흔들리는 세상(혹은 흔들리는 나의 마음) 앞에 우리는 무엇에 의지해야할까요?
피자 박스를 받은 우리가 보기엔 쓸모없는 플라스틱 한조각이지만, 피자가 배달되는 동안 어떤 신념이나 체제보다 단단하게 피자를 지켜주는 Pizza Saver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4. 특별 공연 (선한인간, bkind)

*일시: 2022-08-20 (토) 20:00 ~ 20:30 [공연 완료]
장소: 워터마크 갤러리 2층 / 입장료 무료
전자음악가 ‘유래’와, 보컬과 무용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는 퍼포머 ‘이선민’의 프로젝트 “선한인간(bkind)”. 추상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전자음과 노이즈의 향연이 청자를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실험적인 음악과 소리를 시각화하는 즉흥적 움직임이 만나 우리의 삶에 도래한 화두를 풀어낸다.



5. Credit (도움 주신분들)

기획 및 큐레이션: 이선민, 송태용
디저트 디자인: 하영지 of 브레드 읍읍
포스터 디자인: 송태용
사운드 및 공연(선한인간, bkind): 이선민, 유한결
비평의 글: 안종우
가구 설계 및 제작: Trim
리소 인쇄: 포푸리, 오프투얼론
실크스크린: 김미향
설치 도움: 강솔